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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대신 꽃잎을 올렸다
어느 봄날, 바람이 유난히도 살갑게 불던 날이었다.
햇살은 말갛고, 공기는 달큰했다.
그런 날엔 꽃을 보러 나가는 대신, 꽃을 부쳐 먹기로 했다.
쑥을 뜯고, 진달래를 따고, 조심조심 손끝으로 꽃잎을 펼쳤다.
화전은 말 그대로 '꽃을 지진 떡'.
찰떡 반죽을 동그랗게 펴고, 그 위에 꽃잎을 올려 살며시 눌렀다.
기름 두른 팬 위에 올리면, 꽃잎이 노릇하게 피어난다.
마치 봄을 팬에 얹어 굽는 기분이다.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을 따라가긴 어려웠지만,
이 봄의 풍경은 내가 처음으로 만든 맛이었다.
입에 넣으면 쫄깃하고 향긋했다.
진달래 향이 입안을 감돌고, 어린 쑥의 풋풋함이 혀끝을 맴돌았다.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그저 봄맛이었다.
봄은 그냥 오는 계절이 아니었다.
조금 느리게, 손을 쓰고 마음을 들여야
비로소 봄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올해는 꽃구경보다 꽃부침.
핸드폰 카메라 대신 프라이팬으로 봄을 기록했다.
그러니까, 올해 봄의 한 장면은 이렇게 남는다.
부엌에 선 채, 꽃을 굽던 나의 옆모습으로.
봄날은 짧고, 기억은 길다.
#봄에세이 #화전부침 #진달래요리 #봄맛기록 #문장의숲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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