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시대 🌐

글로벌 경제에 닥친 격변의 서막
에스와르 프라사드 (2025년 4월 3일)
미국이 주도해온 규칙 기반의 자유무역 체제가 급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4월 2일, 백악관에서 극적인 분위기 속에 열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의 모든 외국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했다. 그가 취임 이후 무역 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지만, 이번 조치는 그 규모와 범위 면에서 시장의 최악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미국은 단번에 국제 무역을 심각하게 제한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정책이 미국이 당한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는 일정 부분 사실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활용해 자국 기업의 수출 시장 접근은 확대하면서 외국 기업의 자국 시장 접근은 제한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의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자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키워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보다는 무역 체제 자체를 파괴하는 쪽을 택했다. 그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 대만 등 주요 동맹국과의 무역에도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며, 오랜 우방과의 경제적·지정학적 관계마저도 무시했다.
많은 이들이 이 관세 조치가 일시적일 것이라 기대한다. 주가 하락과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커지면 백악관이 일부 조치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 시대는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와 각국 간의 협상이 벌어지더라도, 그것은 보호주의와 갈등, 거래 중심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 결과는 트럼프가 약속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혼란일 가능성이 크다.
❌ 잘못된 계산법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려면 대규모 관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경제학적으로 큰 결함이 있다. 미국이 대부분의 국가와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지 미국 소비자들이 외국 상품을 더 많이 소비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트럼프는 양자 간 무역수지에서 미국이 적자이면 상대국이 “속이고 있다”고 간주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관세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트럼프는 관세를 정할 때 각국이 미국을 얼마나 “속였는지” 계산했다고 한다. 그 방법은 단순히 미국의 해당국과의 무역 적자를 그 나라의 대미 수출액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024년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2,95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중국으로부터 총 4,389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했다. 트럼프는 이를 근거로 중국의 미국에 대한 “사실상의 관세율”이 67%라고 계산했다. 그 절반인 34%를 상응 관세로 매긴 것이다. 기존에 이미 2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총 54%에 이르는 초고율 관세가 부과된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다는 이유로 트럼프는 한국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한국 제품에는 26%의 관세가 매겨졌다.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에도 예외는 없었다. 미국은 호주와 영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 두 나라에도 각각 10%의 관세가 부과되었다. 이쯤 되면 관세 부과에 논리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왜냐고? 그저 “할 수 있으니까”다.
관세만으로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를 없앨 수는 없다. 무역적자는 본질적으로 국내 저축과 투자 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투자 매력이 높은 국가이지만, 개인 저축률이 낮고 정부 지출은 많다. 트럼프가 무역 균형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국가 전체의 저축을 늘리는 정책을 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전체 적자가 없다고 해도, 일부 국가와의 무역에서 흑자나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국제 무역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트럼프는 관세가 제조업을 되살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효과는 불확실하고 장기적이다. 반면, 명백한 단기적 피해는 크다. 관세는 모든 주요 교역 상대국에 적용되었고, 그 결과 미국 내 거의 모든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자동차 산업처럼 다국적 공급망이 중요한 산업은 특히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공급망을 효율성보다 회복력 중심으로 재구축하면서, 소비자 가격은 상승하고 기업은 투자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수출하는 농산물, 기계류, 첨단 기술 제품 등도 보복 관세로 인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 돌아갈 수 없는 지점
세계 각국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에 대응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들의 선택지는 보복, 유화, 다변화 등 다양하지만, 각자 나름의 위험을 수반한다.
우선 보복은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캐나다 소비자들은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고,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미국행을 기피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화 전략은 위험이 적지만,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 각국은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나 무역 장벽 완화 등을 제안할 수 있다. 트럼프는 협상을 좋아하므로, 상대국이 그에게 “승리했다”는 인상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트럼프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추가 보복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국가는 미국을 아예 우회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등이 상호 간 교역을 강화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 모두 수출 의존도가 높고, 내수 시장은 약하다. 특히 중국의 공급 과잉 문제와 미약한 수입 수요는 일본과 한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유럽은 다자간 협력에 열려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제품이 유럽으로 몰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결국 세계는 미국을 배제한 무역 다변화 전략과 새로운 경제 협정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려 하겠지만, 그 영향력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트럼프가 일부 관세를 철회하더라도, 이미 기업과 투자자들의 신뢰는 무너졌고, 그 여파는 미국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파장을 줄 것이다.
자유무역의 상징이었던 미국은 이제 전 세계에 피해를 주는 보호무역주의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이번 관세 조치는 트럼프를 유능한 사업가가 아닌,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분열적 인물로 기억하게 만들 것이다.
자료: Foreign Affairs